대문 by 놀자판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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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남았지만 아직도 악행은 계속되고 있다 (1/3?) by 놀자판대장

학기 중이라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음슴체로 감. 퇴고 안 할 거니까 두서없을 수도 있음. 평소와는 달리 오탈자도 신경 안 쓰고, 비속어도 자주 쓸 것임. 제목에 신경 쓰면 안 됨. 그냥 대충 떠오른 문장을 적어 넣었음.

이 글은 내 전 룸메이트에 대한 넋두리임. 이 놈이 지난 주말에 임대 계약을 깨고 한국으로 탈주함. 내가 해결해야 할 월세와 각종 청구서가 두 배로 뛰었지만, 덕분에 나는 이인실에서 혼자 사는 사치를 누리게 됨. 지금까지 겪었던 고난의 대가로는 매우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함.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나는 하숙할 곳을 못 찾아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 이 좆같은 대학원은 등록금이니 뭐니 하며 대학원생의 등골을 뽑아 먹으면서도 하숙 시설에는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하숙 시설 뿐이냐면 그건 또 아님. 교내 와이파이는 대체 시발 왜 자꾸 끊김? 하다 못해 정수기마저 학부생들이 쓰는 정수기보다 못한 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함 쒸이,,, 퍼얼,,,), 대학원생 대부분은 알아서 하숙할 곳을 구해야 했음. 나도 마찬가지였고.

방을 구하려고 하긴 했지만, 다들 무슨 네트워크가 있었는지 교섭 과정에서 죄다 먼저 계약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며 퇴짜를 맞음. 슬슬 초조해지던 참에 이인실에서 살 룸메이트를 구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음.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월세는 1400 달러 (수도세, 전기세 등 미포함). 둘이 부담하는 거니까 내 월세는 700 달러라는 결론이 나옴. 대학가에 위치한 하숙집 치고는 환상적인 가격임 (학교 6인실 기숙사에서 사는 내 친구의 월세가 1400 달러임). 이거 괜찮다 싶어서 룸메이트가 될 사람(한국인)에게 연락을 넣음. 바로 답장이 옴. 여러 사람이 연락했지만, 내가 한국인이라서 가장 먼저 답장했다고 함. 찾아가서 구경한 후 당장 계약했음.

솔직히 완벽한 방은 아니었음. 낡고 더럽고... 어쨌든 싸고 가깝다는 점이 중요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싸고 가까운 걸로 퉁치기에는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사실 방이 낡고 더러운 건 룸메이트의 탓이 컸음. 룸메이트 본인도 여러 모로 걸작이었음. 알고 보면 얘도 사정이 있고 불쌍한 영혼이지만, 본문과 큰 상관은 없으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음. 나도 사회성이나 매너가 좋은 편이냐면 결코 아니지만, 얘는 진짜 아니다 싶었음. 지금까지 살면서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음.

다시는 이런 룸메이트를 만나지 않기를, 룸재앙에 대한 기억이 내 두뇌에서 비워지기를, 그리고 내 룸메이트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제발 같이 사는 사람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씀.


1. 방 구경하러 갔을 때부터 무언가 수상했음. 건물의 외관이 낡고 더러운 게 눈에 띄었지만, 이 방은 공기부터 답답하고 칙칙했음. 왜 이러나 싶었는데, 창문을 전부 닫아 놓음. 창문이 골목으로 통하는 답답한 위치에 살면서 무슨 배짱으로 이러나 싶었음. 창문을 전부 활짝 열고,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가능한 활짝 열고 지내라고 신신당부함. 물론 내 당부는 지켜지지 않았음. 이사 온 날에 보니까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음.

2. 계약서에 서명하려고 건물주의 사무실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눔. 자기가 거기서 5 년 동안 살았다고 함. 건물주도 이 방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았는지, 계약하는 도중에 창문 좀 열고 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아느냐, 요즘은 좀 열고 사느냐며 갈굼.

2.1. 룸메이트가 이야기 도중에 전 룸메이트들은 전부 1년만 채우고 나갔다는 정보를 흘림. 순간 섬찟했지만 애써 무시했음. 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아야 할까?

3.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사 당일부터 내가 방을 너무 대충 봤다는 사실을 깨달음.

3.1. 계약하는 날에 천장을 보지 않았음. 이사 당일에 첫 짐을 내려놓고 등을 펴며 천장을 본 순간, 앞으로는 천장도 반드시 보리라고 다짐했음. 거미줄이 아주 그냥 ㅓㅜㅑ... 거미도 있었음. 벌레 잡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5년 동안 이 거미들을 방치한 룸메이트라는 놈이 잡을 리는 없으니 내가 전부 잡았음. 지금 기억하기로 일곱 마리는 잡은 것 같음. 그 중 세 마리는 룸메이트의 책상 바로 위 구석에 있었음.

3.1.1. 천만다행으로 바퀴벌레는 아직까지 안 나옴. (어렸을 때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에 살아서 바퀴벌레를 매우매우 싫어함.)

3.2. 화장실의 샤워 커튼 너머 욕조 벽 삼면이 곰팡이인지 물때인지로 완전히 뒤덮혀서, 원래 하얀색인 벽이 연주황색으로 변해 있었음. (쓰면서 생각해 보니 곰팡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역겨움. 그냥 물때라고 부르겠음. 아 몰라 물때야 물때라고 시발!) 처음 봤을 때는 물때라는 생각 자체를 못 하고, "오 벽을 칠한 거 봐 나름대로 운치 있네" 라고 감탄했었음...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학업 때문에 바빠서 못 했고, 결국 이번 학기가 시작한 후에야 전부 닦아냄. 여기에도 얽힌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나중에...

3.2.1. 그러면서 화장실을 쓰면 곧 죽어도 문은 닫아놓음. 내가 제발 좀 화장실을 쓴 후, 특히 샤워 후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으라고 당부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음. 끝까지 안 고쳤음. 씹새끼 진짜...

3.3. 냉장고 시발... 얘도 "같은 한국사람" 이런 거 참 신경 쓰는구나 싶었음. 이사한 날에 장을 보고 식재료를 넣으려고 허리를 숙이고 냉장고를 여는 순간, 얘가 나를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를 깨달음. 마늘과 김치를 밀봉하지 않고 그냥 대충 던져 넣었음. 한국사람이라면 그나마 마늘과 김치 냄새를 신경 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나 봄.

3.3.1. "냉장고도 안 열어 봤냐 이 병신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임. 계약한 날에 열어 봤음. 다만 그 때는 그냥 대충 깨끗한지만 확인하려고 허리를 숙이지 않고 2초 정도 훑어 본 후 냉장고를 닫았음. 내가 선 위치에서는 김치나 마늘이 보이지 않았고, 냄새도 못 맡았음.

3.3.2.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룸메이트한테는 따로 말을 하지 않고 식빵 봉지로 마늘을 싸서 보관해 둠. 다음에 열 때 확인을 해보니 식빵 봉지를 버리고 마늘은 그대로 두더라 시발.

3.4. 방이 아주 먼지 구덩이였음. 보니까 무선 충전청소기를 청소기랍시고 가지고 있던데, 1 센티미터 앞에 있는 먼지 덩어리도 못 빨아들이는 걸 무슨 청소기라고... 건물주한테 연락해 보니 공용 청소기 같은 건 없다고 했음. 내가 청소기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3.2와 같은 전개로 결국 지난 학기를 그대로 넘기고, 이번 학기가 되서야 청소기를 구입함.


아마도 며칠 안에 꼐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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